또봇/셈한) [R-18] 무제

2014. 11. 17. 00:24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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뻘 by 아민

공용/밴드 2014. 11. 1. 16:52

  여느 밴드가 그렇듯 우리도 마찬가지였다. 프론트맨으로서의 역할의 충실한 너는 언제나 인기 대폭발 - 무대에서 내려오기 어려울 정도로 관객이 몰려대는 - 이었고, 나는 쏟아지는 기타 소리와 쾅쾅 울리는 드럼 소리의 밑에서 들릴 듯 말 듯하게 제 갈 길을 가는 베이스를 멘 채 옆에서 성실하게 연주를 마치면 그만이었다. 나는 그게 좋았다. 네가 수많은 사람들의 미소와 반짝이는 눈빛을 얼굴 가득 받아내는게 근사했고 그걸 보는 것만으로도 내 무대는 채워진 거나 다름 없었다. 그 공연도 그런식으로 좋게좋게 마무리 할 수 있었다.


  "너 오늘 존나 멋있었다."


  맥주 두 캔에 진이 빠져버린 채 자취방 바닥에 드러누워 있던 내 옆에 털썩 주저앉은 너는 능청스레 눈길을 던지며 맥주를 꿀꺽꿀꺽 마셨다.


  "무슨..."

  "완전 반할 뻔 했다니까?"

  "참나..."

  내가 이마를 짚고 실실 웃기 밖에 안하자 너는 내 손을 잡아내리곤 또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.


  "진짜, 반한 것 같아."


  그 때의 너를, 꽤나 잊기 어렵다.

Posted by 머더래빗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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